낚시와 자연

"배스와 블루길의 폐해"...퍼왔읍니다!

주말농부 2006. 10. 10. 11:12

“팔당호의 괴물, 블루길을 포획하라”

 



▲ 한강청 손희만 청장. ⓒ
“외래종 수입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 ‘불루길’과 ‘큰입배스’를 잡아라. 이대로 방치한다면 조만간 토종 어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씨가 마를 것이다.” 최근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한강청, 손희만 청장)이 한강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하달한 긴급 작전 명령이다.

한강청은 지난 9월 15일, 블루길(파랑볼우럭)과 큰입배스(큰입우럭)가 하천과 호소에 정착하면서 토종 어류를 잡아먹는 등 고유 수중생태계를 교란함에 따라 생태계 및 수질개선을 위해 민간환경단체 및 낚시 동호회 회원 등이 참여하는 ‘생태계 교란어종 포획단’을 구성해 주기적으로 포획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포획단은 50여 명 2개 그룹으로 나누어 매월 1~2회 포획행사를 실시한다. 또 낚시 동호회에 홍보해 ‘catch & release’(잡은 후 다시 놓아주는 것)를 하지 말 것을 홍보할 계획이다. 포획한 어류는 복지시설, 학교 및 군부대에 무상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강청은 밝혔다.

손희만 청장은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1960년대 후반에 내수면(강과 하천)의 어업자원(식용)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했으나 본래 목적인 어민들의 소득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토종 어류와 알을 무차별로 잡아먹는 등 우리 고유의 수중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해 포획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청장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옛 속담을 인용하면서 “블루길과 큰입배스가 바로 그 경우”라며 이러한 외래 어종의 퇴치를 위해 특히 낚시 동호회 회원들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환경부는 1998년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했다.

“외래종에는 천적이 없어”

특히 문제는 외래어종이기 때문에 천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적할 어종이 없기 때문에 고유어종을 먹어 치우면서 마음껏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따라서 번식력도 왕성해 수중의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외래어종이다.

블루길(Leomis macrochirus)은 유속이 매우 느리거나 정체된 수역에서 서식한다. 1m 내외의 수심을 좋아하기 때문에 댐이나 하천지역 가운데 가장자리(연안대)에 많이 몰려 있다. 높은 수온을 좋아하며 겨울에 수온이 떨어지면 월동을 위해 수심이 2~3m 되는 깊은 웅덩이 쪽으로 이동한다.

민물어류 가운데 보기 드물게 육식성이다. 고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이 때문. 암컷 한 마리가 알을 낳는 포란수는 평균 6천200개로 체장(體長, 몸통의 길이)이 증가하면 포란수도 증가한다. 1년에 5cm, 2년에 8cm, 4년이면 16cm가 될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르다.

큰입배스(Micropterus salmoides)의 서식조건도 블루길과 비슷하다. 강보다 물의 흐름이 없는 호수나 유속이 거의 없는 하천을 좋아한다. 강한 육식성이다.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 암컷을 유인해 산란행동을 하는데, 1개의 산란장에 수백 개에서 1만여 개까지의 알을 낳아 부화한다. 성체의 크기는 40~70cm 정도.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외래 동물을 도입하는 데 생태환경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이 두 외래어종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경우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면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다.

덩치가 하도 커서 밤에 우는 소리가 황소의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을 황소개구리(American Bullfrog)로 지은 이 외래종도 1970년대 못 먹던 시절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수입됐다. 전라남도 농가 등지에서 식용으로 쓰기 위해 키우다가 타산성의 이유로 방치됐다. 현재 강원도 지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하면서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공격적이고 게걸스러워 움직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다. 올챙이 시절을 벗어나 개구리가 되면 어마어마한 식욕을 과시한다. 물 속의 치어나 가재를 잡아먹으며 심지어는 작은 뱀까지도 먹어 천적이 아예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30년이 지나면서 환경에 적응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황소개구리는 염기서열까지 바뀔 정도로 토착화”

황소개구리에 대해 놀라운 사실은 원산지인 미국 토종 황소개구리와 국내 황소개구리와의 DNA 검사를 실시했는데 특정부위의 염기서열이 변했다는 점이다. 이는 황소개구리가 우리 환경에 맞게 ‘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황소개구리가 생태적 변화를 겪으면서 한국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외래종이 한국화된다는 것이 그렇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유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블루길과 황소개구리는 원산지인 미국에서조차 생태계를 파괴하는 골칫거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이들을 수입했다.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를 이제 점점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솔잎혹파리 때문이다.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릴 정도로 토종 소나무를 말라 죽이는 솔잎혹파리는 일본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강원도 삼척지방으로 유입된 것으로 종종 판단한다. 그러나 좀더 설득력 있는 대답은 일본으로부터 수종(樹種)을 수입하면서 유입됐다는 지적이다.

한강청이 구성한 포획단이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우리나라에서 추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래종을 수입할 때 생태환경에 대한 신중한 고려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외래종을 수입해 도움이 된 것은 없다. 생태계 파괴만이 있다. 환경과 생태계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